당뇨 카레 먹으면 혈당이 오르는 이유, 섭취 방법

카레가 건강식이라고? 나만 당했다 싶었던 그날의 점심

제가 당뇨 진단받은 건 40대 중반 즈음이었어요.
처음엔 “설마 내가?” 싶었는데 공복혈당 130 넘어가는 걸 두세 번 보고 나니까 부정할 수 없더라고요.
그 후로 식단이 진짜 인생 최대의 숙제가 됐어요.

혈당 신경 쓰면서 외식할 때 제일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카레는 건강식이잖아~” 이거예요.
강황이 항염 작용에 좋다느니, 심혈관계에 도움이 된다느니, 듣기엔 참 괜찮죠.
그래서 저도 어느 날 그냥 친구들 따라 동네 카레집에서 점심 먹었는데요…
그날 저녁 혈당 체크하다가 진심 멘붕 왔어요.

점심 한 끼 카레였을 뿐인데 혈당이 210을 찍음

평소 식후 혈당은 150 안팎이었거든요.
근데 카레 먹은 날은 2시간 후에 체크했더니 무려 210까지 치솟은 거예요.
진짜 그날 이후로 머리 싸매고 ‘대체 왜 카레가 혈당을 이렇게 튀게 하지?’ 생각하게 됐어요.

처음엔 양념 때문인가 싶었는데, 분석해보니까 전혀 생각지 못한 요소들이 숨어 있었어요.
오늘은 당뇨 있는 제가 직접 카레 먹고 혈당 올랐던 경험,
그 원인과, 이후에 어떻게 조절해서 먹게 됐는지까지
하나하나 풀어보려고 해요.

카레 먹고 혈당 오르는 이유, 제가 겪은 그대로 설명할게요

1. 카레 자체보다 이 문제

이건 진짜 맹점이에요.
카레는 국물형이라 양 조절이 어렵고,
밥을 보통 ‘한 공기 꽉 채워’ 먹게 되잖아요.

카레 국물이랑 섞이면 밥의 포만감이 덜 느껴지고,
자기도 모르게 밥 양이 늘어나는 구조예요.
그날 제가 먹은 밥이 250g쯤 됐던 것 같아요.

당뇨 환자에겐 현미밥 150g 이상이면 혈당이 확 오를 수 있어요.
근데 일반 카레집은 백미밥에, 양도 많고, 달짝지근한 맛까지 더해지니
이게 혈당 폭탄인 줄도 모르고 먹는 거죠.

2. 시판 카레 루(roux)에 들어간 당분과 전분

마트에서 파는 고형 카레나, 일반 식당용 카레는
사실 강황이 주인공이 아니에요.
밀가루, 감자전분, 설탕, 포도당 같은 탄수화물이 엄청 들어가 있어요.

그날 제가 먹은 것도 알고 보니
고형 카레 사용한 소스였고,
사장님 말로는 “커피 프림도 조금 넣는다”는 거예요.
이게 맛은 부드럽고 좋은데 당뇨에겐 독이에요.

3. 감자, 당근 같은 고GI 채소의 함정

카레에 꼭 들어가는 감자, 당근도 GI 지수가 높은 편이에요.
특히 감자.
삶아서 오래 조리된 감자는 혈당 반응이 굉장히 빠르고 강해요.
그날도 큼직한 감자가 두세 개는 들어가 있었고,
당근도 양이 꽤 많았어요.
순식간에 혈당 올라갈 수밖에 없던 조합이었죠.

그 이후 카레 먹을 때 완전 달라졌어요

그날 이후로 한동안 카레를 끊었어요.
근데 이상하게 그 카레 맛이 자꾸 생각나는 거예요.
‘먹지 말라’ 하면 더 먹고 싶어지는 거 있잖아요.

그래서 아예 집에서 당뇨 버전 저탄수 카레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제가 만든 방법은 이렇게 했어요

  • 현미밥 100g 이하

  • 고형 카레 안 씀 → 커리 파우더 + 강황 + 커민 + 마늘 + 양파 볶아서 직접 조리

  • 당근, 감자 제외 → 브로콜리, 가지, 양배추, 두부 넣음

  • 소고기 대신 닭가슴살 사용

  • 코코넛밀크 소량 추가해서 부드러움 살림

요렇게 해서 먹고 혈당 재봤더니
식후 2시간 혈당 140~145 나왔어요.
이 정도면 훌륭하죠.
맛도 크게 떨어지지 않고요. 오히려 속이 훨씬 편했어요.

외식할 땐 이렇게 조절해봤어요

물론 항상 집에서만 먹을 수는 없잖아요.
외식도 가끔 해야 하니까
몇 가지 카레 외식 팁도 정리해볼게요.

1. 밥은 꼭 반만 달라고 하기

이건 필수예요.
어떤 식당은 반 공기, 심지어 ‘밥 없이’도 주문 받아줘요.
대신 샐러드나 달걀 추가해서 배 채우는 방식으로 가면 좋아요.

2. 감자/당근 많이 들어간 카레는 피하기

토핑으로 선택 가능한 곳이면,
채소 중에서도 저탄수 채소 위주로 골라요.
버섯, 가지, 브로콜리, 양배추는 괜찮은 편이고요.

3. 단맛이 강한 일본식 카레는 피하기

‘달짝지근한 맛’ 나는 카레는 대부분 시럽, 과일퓨레, 설탕 등이 많이 들어가요.
이건 혈당 바로 튀니까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아요.

카레는 나쁘지 않지만, 먹는 방식이 관건

제가 느낀 건 그거예요.
카레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카레에 들어가는 재료와 먹는 양, 방식이 문제였다는 거.

저탄수 재료로 만들면 오히려 카레는 당뇨식단에서 꽤 괜찮은 선택이 될 수도 있어요.
강황의 항염 효과, 커민의 소화 촉진, 고추의 혈당 안정 등
향신료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요.

다만 시판 제품이나 외식용 카레는
진짜 깜짝 놀랄 만큼 설탕, 전분, 고GI 식재료가 많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독자에게 전하는 한 줄 요약

당뇨인데 카레 먹고 혈당 튄 적 있다면, 카레가 아니라 ‘밥 양’과 ‘속 재료’를 의심하세요. 저탄수 방식으로 바꾸면 카레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같은 메뉴여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혈당은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저처럼 갑자기 혈당 치솟고 당황했던 분들,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