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당뇨 진단, 머릿속은 하얘졌다
40대 중반을 넘기면서 건강검진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가 되어버렸어요. 예전엔 그냥 대충 혈압, 콜레스테롤 정도만 보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은 몸이 이상하더라고요. 유독 피곤하고, 밤중에 목이 말라서 물을 자주 마시고 화장실도 자주 가고.
처음엔 스트레스 때문이겠거니 했는데, 주변에서 “당뇨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겁이 확 나서 바로 병원으로 향했어요. 결과는 충격적이었죠. 공복 혈당 수치가 136, 당화혈색소도 6.7로 경계선형 당뇨 진단을 받은 거예요.
진짜 멘붕이었어요. 나름대로 나쁘지 않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당뇨 경고를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그날 이후로는 무슨 음식 하나 입에 넣는 것도 두려워지더라고요.
제일 먼저 걱정된 건 고기였다
제가 진짜 고기를 좋아하거든요. 회식 때 삼겹살 빠지지 않고, 주말이면 혼자서도 소고기 구워 먹는 걸 낙으로 삼았던 사람인데… ‘당뇨 걸렸으니 이제 고기는 끝이구나’ 싶었어요.
그때부터 검색창에 ‘당뇨 고기 먹어도 될까요?’를 엄청 쳐봤어요. 누군 안 된다고 하고, 누군 괜찮다고 하고, GI 지수 얘기도 나오고… 너무 혼란스러웠죠.
그래서 결국 식단 상담도 받고, 스스로 공부도 해보면서 조금씩 알아갔어요. 그리고 직접 경험해보니까 이제야 좀 감이 오더라고요.
GI 지수? 처음엔 뭔 말인지도 몰랐어요
GI 지수가 뭐냐고요? 저도 처음엔 “고기에도 GI 지수가 있나?” 싶었어요. 근데 알고 보니까 고기는 거의 GI 지수가 0에 가까운 식품이더라고요.
GI 지수는 혈당을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를 수치로 나타낸 건데,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일수록 GI가 높고, 단백질이나 지방 위주의 식품은 낮은 편이에요.
고기는 단백질과 지방이 주성분이라 혈당을 갑자기 확 올리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당뇨라고 해서 무조건 고기를 피해야 한다는 건 오해였던 거죠.
근데 그게 끝이 아니에요. 고기를 어떻게 먹느냐, 어떤 부위를 먹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먹는 방식, 부위에 따라 혈당 반응이 완전 달라지더라
처음엔 그냥 기름기 없는 부위만 먹으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돼지고기 안심, 닭가슴살 위주로만 먹었죠. 근데 문제는 조리 방식이었어요.
닭가슴살을 구워 먹으면 괜찮은데, 튀기면 혈당이 훨씬 올라가더라고요. 특히 밀가루 입혀서 튀긴 건 GI 지수가 확 올라간다더니, 진짜 그렇더라고요.
또 중요한 건 탄수화물이랑 같이 먹느냐예요. 고기 자체는 GI가 낮아도, 고기랑 흰쌀밥, 술, 양념장 이런 걸 곁들이면 혈당이 확 튀어요.
저는 회식 자리에서 불고기 먹고 난 다음 날 혈당이 확 뛰어서 깜짝 놀란 적 있어요. 알고 보니까 달달한 간장 양념 때문이었죠.
그 뒤로는 고기를 먹을 때 꼭 아래 기준을 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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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기 적은 부위만 먹기 (안심, 우둔살, 닭가슴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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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나 찜 방식으로 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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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최소화, 특히 설탕이나 간장 베이스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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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랑 같이 많이 먹기 (섬유질이 혈당 흡수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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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양은 절반 이하, 때로는 현미나 귀리로 대체
이렇게만 해도 고기 먹고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
하루 단백질 양도 고민 많이 했어요
운동도 병행하면서 식단을 조절해야 했는데, 단백질을 너무 적게 먹으면 근육이 빠지고 기운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영양사랑 상의해서 하루에 체중 1kg당 1g 정도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걸 목표로 했어요.
저는 체중이 70kg 정도니까 하루 단백질 70g. 고기 100g당 단백질이 대략 20~25g 정도니까 하루 300g까지는 괜찮더라고요.
물론 하루 세 끼 중 한 끼 정도만 고기 위주로 먹고, 나머지는 생선이나 두부, 달걀 등으로 균형을 맞췄어요.
당뇨 진단 이후, 식습관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이제는 고기를 무서워하지 않아요. 오히려 예전보다 더 건강하게 먹는 법을 알게 됐고, 외식보다는 집에서 조리해서 먹는 일이 늘었어요.
삼겹살 대신 수육을 해서 먹고, 양념불고기 대신 소고기 숙주볶음, 닭볶음탕 대신 닭가슴살 오븐구이. 맛도 있고 혈당도 안정적이니까 불만이 없어요.
식단을 바꾸고 나서 혈당도 안정됐어요. 3개월 후 검사에서 당화혈색소가 6.2로 내려갔고, 공복 혈당도 110대로 유지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스트레스가 확 줄었어요. “이건 먹어도 되나?” 하는 불안감이 사라지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지금 돌아보면, 고기를 끊지 않아도 됐더라
처음엔 너무 겁먹고 모든 걸 다 끊으려 했는데, 알고 보면 조절만 잘하면 고기도 당뇨식단의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더라고요.
단지 몰라서 불안했던 거지, 정보를 알고 나니까 훨씬 쉬워졌어요.
지금도 주말이면 소고기 구워 먹어요. 대신 야채 산처럼 쌓아놓고, 밥은 소량만 먹고, 된장국은 염도 낮게 끓여요.
그게 제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당뇨 고기 먹을 때 기억하면 좋은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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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자체는 혈당을 올리지 않지만, 같이 먹는 음식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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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소스, 흰쌀밥은 최대한 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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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질 많은 채소랑 같이 먹으면 혈당 관리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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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단백질량은 내 체중 기준으로 계산해서 조절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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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긴 음식은 피하고, 삶거나 구운 방식이 가장 안전해요.
한 줄 정리
당뇨 진단 받아도 고기 먹을 수 있어요, 단 ‘어떻게’ 먹느냐가 핵심이에요.